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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 시간 2024-05-02 18:30:16 조회수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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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은 본디 저러하구나

    

봄비가 내리니 초록의 색감이 선명하고 생생하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봄 생태기행은 진안 용담 섬바위에서 무주읍 대차리 서면 마을로 이어진 금강 벼룻길로 잡았다. 23명의 회원과 함께 이 시대 마지막 휴머니스트이자 금강 상류 충북 보은이 고향인 김사인 시인이 함께 걸었다

 

버드나무가 잘리고 모래톱이 파헤쳐지는 강의 수난 시대를 아파하는 회원과 화양연화 강변길을 걷고 싶었다. 여울에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에 쌓인 먼지를 씻어내고 싶었다. 찔레순을 따 먹고 수수꽃다리 향기와 비슷하다는 으름 꽃내음도 맡다 보면 절로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솟구치지 않겠는가. 자연을 닮아가야 자연을 지킬 수 있고 더불어 사는 길을 알게 될 터라는 믿음으로 그야말로 산책을 펼쳐 들었다. 많이 알려진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르는 회원이 많았다. 걷는 구간도 좋고, 길잡이 설명도 좋고 점심도 좋은데 다음에 어떻게 와야 할지 모르겠다는 참가자와 회원을 위해 벼룻길 생태기행 사용설명서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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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전에 용담댐에 들러야 한다. 전북 도민 130만 명이 먹는 귀한 물이다. 화장실 때문이라도 둘러보길 권한다. 좌우로 안천면 조각공원과 용담면 팔각정 공원이 있다. 두 공원은 댐 둑마루 길로 이어져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길이 열려 있다. 아름다운 수면에 비친 산 그림자 아래로 15, 68개 마을 36.24의 면적이 잠겼다. 2864세대 126백여 명의 삶의 터전이었다. 장수읍 수분리에서 발원한 금강은 댐에 가로막혀 호수가 되었다. 진안천, 정자천, 주자천, 구량천이 모여든다. 진안천을 제외하고는 하천 수질은 모두 1급수다. 그런데, 2018년과 2020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오염원이 댐으로 대거 흘러와 지난가을에는 조류주의보가 경계 수준에 이르렀다. 다른 현안은 운일암반일암이 있는 주자천 유역 높은 산골짜기에 짓겠다는 양수발전소이다. 산 정상부에 상부댐을 짓고 아래에 하부댐을 만들고 밤에 남는 전기로 물을 퍼 올려 뒀다가 전기가 부족할 때 낙차를 이용해서 발전하는 댐이다. 일종의 전기 저장 장치로 비상 발전기를 돌리는 셈이다. 한번 켜면 끄기 어려워 낮이나 밤이나 돌려야 하는 원전확대 정책의 부산물이다. 경제성 논란은 제외하더라도 대규모 산림 훼손, 산사태 등 재난 위험, 생물다양성 감소, 수몰 지역 발생 등 문제가 많다. 다른 곳도 아니고 수몰민의 고장 아닌가. 꺽지 산란장에 알을 뿌리는 멸종위기종급 감돌고기도 걱정이다. 운일암반일암 아래 주자천은 감돌고기의 대표 서식지다. 용담댐 건설 과정에서 대부분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상류로 이동하는데 성공한 일부 개체만 살아남았는데 다시 또 위험이 닥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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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기행은 용담댐 아래 섬바위에서 시작한다.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든다면 영화 보기 전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르던 세대일 것이다. 그 애국가의 배경으로 쓰인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는 절경이 섬바위로 알려져 있다. 강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바위섬은 소나무와 진달래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20191세대 유명 아이돌 그룹 핑클이 캠핑을 한곳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맑은 물과 모래사장, 자갈로 이루어진 얕은 여울과 깊은 소가 있던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산과 산 사이를 휘감아 도는 강은 아름답다. 나무 그늘에 자리 잡고 캠핑 의자나 돗자리 하나 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섬바위에서 감동마을로 향하는 강변 산자락 벼룻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다. 2km 남짓 짧은 길이지만 우안과 좌안 모두 제방이 없는 구간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몇 군데 짧은 데크를 놓았지만 길 없는 길을 가는 느낌이다. 바위를 덮은 이끼, 흰제비꽃, 금낭화, 수수꽃다리, 꽃마리, 애기똥풀 같은 꽃들이 지천이다. 이른 봄 버드나무와 함께 핀 개복숭아꽃은 환상적이다. 인적이 드문 길가에 오소리 굴도 보인다. 감동마을 제방길에는 앵두나무가 있다. 인사만 잘하면 맛볼 수 있다. 감동교 아래에는 상어가 산다고 장난 말을 건네본다. 20114대강 사업의 환경 파괴 논란이 일자 정부는 강에 복원한 멸종위기 물고기를 방류했는데 금강은 감동교 일대에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II급 돌상어 4,000마리를 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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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감동교를 지나면 무주군 부남면 도소마을이다. 별도 보고 반딧불이도 볼 수 있는 생태 마을이다. 무주군 금강변 마실길은 이 마을에서 시작한다. 부남면 도소마을에서 면소재지, 벼룻길을 거쳐 율소마을, 굴암마을, 잠두마을을 거쳐 남대천 합류지인 서면 마을까지 걸어서 갈수 있다. 18km5시간 소요 예상이나 실제로는 더 걸린다. 강을 내려다보며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정겨운 세월교, 무너미 다리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 오르막을 지나면 강이 부려 놓은 논과 밭이 나온다. 농로 따라 걸으면 금강 건너 소재지로 향하는 작은 다리가 나온다. 큰 교량과는 느낌이 다르다. 세월교도 그렇고 겨우 차 한 대 지나는 다리도 그렇다. 기행팀은 이 구간은 차로 이동한다. 대문 바위를 지나 부남면 소재지로 간다.

두 번째 걷는 벼룻길 각시바위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공식 벼룻길은 마을 안길을 올라 언덕 밭과 논, 과수원을 지나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 다른 하나는 면사무소 근처 공원에서 강변을 따라가는 포켓 공원 길로 데크가 길게 놓여 있다. 굳이 깔지 않아도 되는 데크는 여기저기 뒤틀어져 있다. 철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도한 길이 환경을 헤쳤다. 현재는 면사무소 공원이 공사 중이라 부남교 못 미쳐 강변으로 내려가야 한다. 문화재청에서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 이곳은 말 그대로 무릉도원이다. 사월 초순에는 벚꽃과 조팝꽃, 중순에는 야생 복사꽃과 과수원의 사과꽃, 배꽃이 강변길과 구릉의 과수원을 덮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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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대유마을 바라보며 어린 사과나무밭을 지나면 강이 산자락을 깎아 내 길을 만든 듯한 벼룻길이다. 강에 바짝 붙어서 걷는다. 벼룻길은 낭떠러지 비탈길을 이른다. 원래는 일제강점기에 굴암마을 너른 들에 물을 대기 위해 전설의 각시바위를 정으로 쪼아 10m 남짓 굴을 뚫고 농수로를 만들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보뚝 길로 부른다. 이 길을 따라 부남 소재지로 학교도 가고 장도 보러 갔고, 이웃 마을로 마실 다녔을 것이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가면서 이 길도 잊혀졌을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하고 우리 것을 찾는 과정에서 잊혀진 길도 되살아났다. 현호색. 애기수영. 긴병풀꽃, 둥굴레. 할미꽃. 돌단풍. 민들레. 양지꽃. 제비꽃. 광대나물. 자주광대나물. 미나리냉이도 지천이다.

폭이 넓고 사면이 완만한 제방 사이로 흐르는 구간은 멀리서 보면 한반도 지도를 닮았다. 2011년 대유마을 구간에 제방을 쌓고 금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을 설치할 계획이 있었으나 터널을 뚫어 대신했다. 다리를 놓게 되면 한반도 지도 모습의 금강에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이 놓인 것 같은 모습은 피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런데 문제가 있다. 무슨 안전진단을 받았는데, 부적합 판정을 받아 길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다른 안내판에는 낙석 주의와 협조 요청이 있다. 군청에 전화를 해봤다. 안가면 좋은데 가면 주의하라는 이야기,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낙석 구간 너덜지대가 눈에 띈다. 겨울철 지난 해빙기나 장마철 이후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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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소마을에서 차를 타고 무주읍 내도리 섬마을 식당으로 밥 먹으러 갔다. 어죽과 도리뱅뱅이 그리고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다리를 건넜다. 앞섬은 복숭아로 유명하다. 울긋불긋 복사꽃이 차린 동네다. 드넓은 하상초원과 기름진 논밭은 침식과 퇴적을 반복하는 물돌이 구간의 지형적 특성이다. 수변 초원에는 미루나무, 왕버들, 갈대, 물억새, 달뿌리풀, 갯버들 등 여러 습지 식물이 무리를 이뤘다. 강을 거슬러 오르다 촛대바위 봉우리를 넘으면 충남 금산군 부리면 방우리가 나온다. 뒷섬 마을 다리를 건너 학교 가는 길을 따라 향로봉에 오르면 무주군과 금산군을 가르며 말굽처럼 휘돌아 흘러가는 물돌이 구간의 멋진 경관을 내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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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팀은 버스에 올라 잠두마을 신작로 길로 향했다. 지금도 작은 버스는 지날만한 길이다. 초록의 나무 터널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강 건너 수변과 잠두마을 뒷산은 반딧불이 생태보존지역이다. 탁 트인 금강을 내려보며 비에 젖어 촉촉한 흙길을 걷다 보면 전망대를 겸한 정자가 나온다. 꼭 쉬고 가야 한다. 시집이 있으면 딱 좋다. 김사인 시인의 봄밤 시 낭송은 라일락 향기 같고 막걸리 단내 같기도 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2020년 홍수에 쓸려나간 옛 콘크리트 다리. 난간이 없어 오금이 저리는 다리에 앉아 금강을 바라보면 그 속에 들어앉은 느낌이 들곤 했다. 지금은 상판은 물에 가라앉아 있고 다리 어깨만 남아있다.

신작로 길을 나와 강변 사과나무 과수원 길을 지나면 무주 용포교가 나온다. 이곳은 무풍면 대덕산 기슭에서 발원하여 설천과 합한 남대천이 금강과 만나는 두물머리다. 제방 안쪽으로 사륜 오토바이가 몰려다니는 것이 옥의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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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왼쪽에 금산으로 가는 옛길이 있다. 3km가량 걷다 보면 서면 마을 소이나루 공원으로 건너는 무넘이 다리가 나온다. 다리 턱에 앉아 남대천을 만나 몸을 불려 유장하게 흐르는 금강을 바라봐야 한다. 서너 번 다리를 오가는 것도 좋다. 마무리는 서면마을 동네 까페도 좋다. 이 정도면 하루 잘 보내지 않았는가.

 

- 이 글의 일부는 문화저녈 5월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