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 기념 성명서 |
전주천 하천기본계획 위반하고, 홍수 방지 효과 1도 없고,
멸종위기종 서식지만 훼손하는 하천 준설 중단하고, 물흐름을 방해하고 수위를 높이는 보, 낙차공 등의 횡단 구조물부터 철거하라!
2월 2일은 생태계의 보고인 습지를 보호하고 알려내기 위해 지정한 “세계습지의날”이다.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습지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 채택된 2월 2일을 기념하여 UN이 제정한 날이다. 올해 습지의 날 주제는 ‘습지와 인간의 복지(Wetlands and Human Wellbeing)이다. 지구 생명체의 20%가 살아가는 공간이자, 온실가스의 40%를 흡수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공급하며, 식량 생산에 절대적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극단적인 기상 이변으로부터 삶터를 보호하는 습지야말로 인간의 삶과 복지에 절대적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런데 전주시는 습지의 날인 오늘도 삼천과 전주천 합류부 구간에서 모래와 자갈을 퍼내는 준설을 하고 있다. 전주천 상류 승암교 일대에선 수변 나무를 베고 있다. 이 지점은 하폭이 넓고 하중도와 모래톱이 잘 발달 되어 있다. 너른 수면과 하중도는 고방오리, 넓적부리, 청둥오리, 흰뺨오리, 흰죽지 등 많은 겨울 철새의 서식지이자 쉼터였다. 수변의 갈대와 버드나무는 참새와 붉은머리오목눈이 같은 물가 새들의 안식처였다. 삼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독립된 섬 형태와 생태수로 공간으로 만든 수달 보금자리도 이곳에 있다. 맹꽁이 서식지로 복원한 종합생태학습장도 1km 상류에 있다. 친수공간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진다. 전망대와 정자,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수변의 갈대숲이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고 야생동물의 활동을 가려주기 때문에 수변을 즐기는 시민과 먹이를 구하고 쉬는 야생동물과 공존 가능한 곳이다.
그런데 대규모 준설이 겨우내 이어지고 갈대숲이 사라지면서 수면과 물가를 이용하는 새들이 크게 줄었다, 민물가마우지, 물닭, 쇠백로와 왜가리 정도만 보인다. 흔한 참새나 붉은머리오목눈이 같은 새들도 어디론가 떠났다. 전주천 구간 수달의 배설물 흔적도 크게 줄었다.
전주시는 2023년 1월부터 홍수 피해 및 재해 예방을 이유로 전주천과 삼천에서 하상과 하중도 준설 사업을 하고 있다. 23년에만 전주천(서신보 6,822㎡, 쌍다리 2,716㎡), 삼천(이동교 5,948㎡, 서문초 9,427㎡), 전주천 상류 (한벽교 9,230㎡), 삼천(중복천 합류점 9,580㎡) 총 6개소 43,723㎡의 모래와 퇴적토를 퍼냈다.
현재는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는 서신동 구간(가련교∼금학보 29,830㎡)과 삼천 파크골프장 아래 구간(효자교∼마전교 25,260㎡) 2개소에서 준설 공사를 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 상반기에도 전주천(오목교 인근 5,400㎡), 삼천(마전교~전주천 합류점 55,398㎡)까지 준설 계획이 세워져 있다. 1년 사이에 전주천과 삼천 등 무려 11개소, 준설면적은 159,611㎡, 사업비는 시비 20억 원, 국비 5억 원 등 25억에 달한다.
하천 준설은 자연기반 해법에 기반한 자연성 회복 원칙과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하천 관리정책이다. 4대강 사업의 준설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천의 모래톱과 퇴적지, 하중도는 여울을 만들고 소를 이루면서 자연스러운 물길을 형성한다. 달뿌리풀과 갈대, 물억새, 갯버들과 버드나무 등 수변 식생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하천의 경관을 만든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생태공원으로서 생태계 서비스 기능도 크다. 물고기와 새, 곤충 야생동물의 서식지로서 생물다양성에 기반한 탄소흡수원이다. 오염된 물을 정화해 맑은 물을 흐르게 한다.
그런데 준설은 하천바닥의 모래나 자갈, 돌 틈에 사는 쉬리, 참종개, 동자개 같은 우리나라 고유종을 비롯한 많은 물고기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과 수변에서 먹이를 구하는 삵 등 야생동물과 자갈밭에 알을 낳는 흰목물떼새에게도 치명적이다. 하천과 물가에 사는 새들도 마찬가지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위와 같은 이유로 전주천과 삼천의 준설 중단과 계획 취소를 요구했다. 전주생태하천협의회에서 충분한 검토를 통해 과학적인 근거를 확인한 후 합의가 되는 수준에서 야생동물 핵심 서식지 제외, 구간 축소 및 준설량 감축, 하천 영향을 줄이기 위한 연차별 계획 추진을 제안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홍수 예방을 위해 필요하고, 하천 유지관리 지침에 따랐다면서 하천 준설을 밀어붙였다.
우범기 전주시장의 무분별한 하천 준설에는 녹조가 가득한 4대강 보를 다시 닫고, 국가물관리계획에서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대대적인 하도 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세계습지의날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전주천과 삼천의 준설이 “전주천권역 하천기본계획”에 근거가 없고, 홍수 방지 효과도 거의 없고, 자연경관과 생물서식지 훼손이 크다는 점에서 남은 준설 구간만큼이라도 계획을 취소할 것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촉구한다.
첫째, 전주천과 삼천의 준설은 상위계획인 ‘전주천권역 하천기본계획’에 위배된다. 4장 하천 정비 및 관리계획에 따르면 ‘대부분의 구간 홍수 소통 능력은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 검토’ 되어 있다. 또한. 하도 정비는 ‘전 구간에 걸쳐 인위적인 하상절취 계획은 지양하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하상변동 양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하상 준설 등의 계획은 지양할 것’을 명시했다. 치수 정비 하도계획 기본 방향에서도 “하상은 세굴과 퇴적의 반복 변화에 의하여 안정화라는 자기 조정(self-adjustment)작용을 인정하여, 일률적인 하상 경사에 의한 계획을 지양하며, 현 하상고를 유지하는 것으로 계획”할 것을 제시했다. 따라서 전주시의 준설은 법정 계획인 하천기본계획을 위반한 것이다.
둘째, 하천 준설만으로는 홍수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일반인의 눈에 보이는 불안감 정도를 해소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보와 낙차공, 하상보호공, 징검다리 같은 다양한 하천 횡단 구조물이 수위를 높이기 때문이다. 횡단 구조물의 영향으로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이 구간에 다시 토사가 쌓인다. 보의 높이만큼 수위도 유지된다. 또한, 과도한 준설은 유속을 빠르게 하거나 와류를 발생시켜 호안 세굴 등 홍수 피해를 키울 수 있다. 따라서, 홍수 예방의 효과적인 대책은 준설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지 않는 낙차공과 보를 철거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13일 전북환경운동연합 주최 토론회에서 백경오 교수는(한경국립대학교) 낙차공 철거 전후 홍수위 모의 실험 결과 효자낙차공(No. 25+53) 14~15㎝, 우림낙차공(No. 42+54) 18~20㎝의 수위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셋째, 가장 핵심적인 홍수 예방은 제방 관리이다. 제방의 여유고와 안전성이 확보가 우선이다. ‘전주천권역 하전 기본계획’도 전주천 홍수 예방 대책으로 전주 진북동 쌍다리 구간 제방이 낮은 곳과 옛 교랑, 하류의 보가 홍수위를 높이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따라서, 진북동 쌍다리 구간 준설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빨간약을 발라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넷째, 준설은 기존 추진 사업의 ‘자연성 회복’ 성과를 후퇴시키는 사업이다. 전주천과 삼천은 자연하천조성 사업, 고향의 강 사업, 생태하천복원 사업 등 800억 원가량의 많은 예산을 들여서 하천을 관리해 왔다. 쓸모를 다한 보와 낙차공을 철거하거나 수달 보금자리나 쉼터 조성, 종합생태학습장 등의 조성과정에서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교각이나 하상 안정성, 홍수위에 대한 검토를 한 후 사업을 추진했다. 이 결과, 수변과 하상의 복원, 여울과 소 조성 등 자연기반 해법을 통한 하천관리의 성공적인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무차별적인 준설은 ‘하천지형의 자연성 회복’이라는 관리정책의 성과를 무위로 돌리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모든 하천 준설과 자생 수목의 벌목을 모두 반대하지 않는다. 준설이 홍수 예방 효과가 있는지 사전에 수리수문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을 먼저 하자는 것이고, 쌍다리 구간같이 계획 홍수위에 미달하는 제방고를 높이고, 용도를 다한 보와 낙차공을 철거하거나 높이를 낮추고, 체육 운동시설 관리를 먼저 하자는 것이다. 벌목과 준설을 중단하고,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성 등 자연기반해법에 기반한 하천관리 정책을 간곡하게 호소한다.
2024년 2월 2일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유영진 유남희 정현숙 이정현
<문의 : 문지현 사무처장 010-9192-1029, 이정현 공동대표 010-3689-4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