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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
전주시는 전주천 버드나무 가로수 개체 수목별 맞춤식 관리방안 수립하고
경관과 기능을 고려한 버드나무 보식 및 보행권 확보를 위한 인도를 확대·개선하라!
- 우시장은 결정하라, 살림의 나무꾼이 될 것인지. 죽임의 벌목꾼이 될 것인가 -
전주시가 또 나무를 잘랐다. 오래된 도시 천년 전주를 상징하는 버드나무들이 무참하게 베어졌다. 가로수 식재와 관리의무가 있는 시가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시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나 양해도 없이, 잘려 나간 자리에 어떤 나무를 심을 계획도 없이, 위험할 수 있으니, 베고 보자는 것의 가로수 관리는 정당한 행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폭력에 가깝다. 수십 년, 도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준 나무이고, 그 길을 오가는 시민들의 사랑이 두터운 버드나무이기에 더 그렇다.
지난 8월, 전주시는 덕진구 가리내로, 완산구 전주천동로 천변 버드나무 가로수 총 184주를 대상으로 ‘‘비파괴 기법을 활용한 가로수 위험도 평가 및 진단(이하, 비파괴 진단 보고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고위험목 총 28그루의 나무를 베어냈다고 밝혔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구청 가로수 제거 계획과 결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고사 및 동공 위험이 경미한 일반 관리 55주, 위험도 중급인 집중관리 대상목 40주이고, 고위험목 28주(전주천 우안 21주, 건산천-고속터미널 앞- 우안 7주)를 제거하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전주천의 남은 버드나무 가로수 156주도 언제 잘려나갈지 모른다. 가로수 식재와 관리의무가 있는 전주시는 위험목에 대해 현상적인 측면만 보지 말고, ‘왜 그 나무가 그렇게 위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육환경과 관리정책을 살피고 근본 원인과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비파괴 기법의 도입은 가로수 관리가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진단할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위험목 관리 방안은 제거 또는 모니터링에 한정돼 있고, 올바른 가지치기· 뿌리 등 생육환경 개선 관리에 관한 내용은 부족하다. 비파괴 검사라는 선진 기술은 나무를 살리기 위한 진단이어야지 베어내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직 살아남은 나무들은 떨고 있다.
전주시에 제안한다. 위기에 처한 전주천 버드나무 가로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시민과 함께 토론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참에 한꺼번에 다 죽이거나, 근원 문제를 외면한 채 나무가 위험해질 때마다 계속 잘라내 황량한 천변 길을 만들 것인가. 나무를 살릴 수도 오래가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은 충분하다. 비용과 공간의 문제이고, 도시 정체성과 포용성에 달려있다. 인간의 선택과 결정이기에 이것도 정치적 과정과 결과이다.
첫째, 천변 버드나무 가로수 유형 및 개체 수목별 특성에 따른 맞춤식 관리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위험목 제거 결정의 근거가 된 비파괴 진단 보고서 검토 결과 현재 가로수의 공동 · 부후 · 뿌리 조임 · 복토 등 가로수 결함의 원인인 생육환경과 관리 내력 파악이 빠져 있다. 외과수술, 전정, 뿌리, 병해충 등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관리 방안도 보완해야 한다. 남은 버드나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뿌리 조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거의 모든 가로수의 결함이 된 ‘복토’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둘째, 가로수를 제거한 곳은 전주천 동로와 가리내로는 수변 경관성, 생태성, 일관성과 주민 의견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기보다 버드나무 가로수 수종 유지가 합당하다. 지난 봄 덕진구청은 가리내로(고속터미널~백제교 합류부) 우안에 어린 버드나무 후계목을 보식했다. 잘리고 고사해서 드문드문 이어지던 노거수 버드나무 사이에 어린 버드나무가 채워지면서 건산천의 버드나무 길도 지속가능하게 되었다. 오래도록 전주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멋진 첫인상을 남길 것이다.
셋째, 전주천변 버드나무 가로수와 공존을 위해 안전한 보행이 가능하도록 인도를 확대 개선해야 한다. 천변 버드나무 가로수는 좁은 인도에서 자리하고 있다. 나무가 점점 성장함에 따라 커진 가로수의 뿌리는 보도블록 사이에 불룩하게 솟아올라 인도가 울퉁불퉁해졌다. 당연히 시민들의 보행 여건은 나빠졌다. 시민과 나무 둘 다 안전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나무의 탓이겠는가. 가로수의 근본적인 생육 결함을 해소하고 더 나은 도시경관과 환경적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생육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도시와 시민, 나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도로의 폭과 차선을 줄이는 적극적인 방법이나 시민단체와 협의를 통해 버드나무 구간 천변 컨틸레버(데트) 길로 인도를 확보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이미 전주천 한옥마을 우안 구간, 다가산 좌안 구간에 설치되어 있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인도를 확보하는 대안은 있다.
도시의 가로수는 인간에게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 저감, 탄소흡수, 홍수방지, 나무 그늘 제공, 정서적 안정, 심미적 기능을 포함한 수많은 생태서비스를 제공한다. 기후위기시대 실질적인 탄소중립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 생태계 속에서 가로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도시 숲을 관리하는 방향 속에서 시민과 함께 가로수 관리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2023년 10월 17일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유영진 유남희 정현숙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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